어릴 때는 몰랐다, '내가 가난하다는 걸'
친구들과 같이 컸다. 같은 학교, 같은 분식집, 비슷한 옷을 입고, 비슷하게 놀았다. 그런데 대학을 가고, 사회에 나와보니, 어느새 내 옆자리 친구는 중고차 대신 외제차를 타고, 부모님이 사준 집에서 산다. 나는 월세방에서 버틸 걱정을 하고 있는데 말이다.
이제는 SNS를 켜는 것조차 무섭다. 누군가는 결혼을 하고, 누군가는 부모 도움 없이 ‘자수성가’했다는 스토리를 툭툭 던진다. 그런데 이상하다. 다들 자수성가라면서, 현실은 '벼락거지'라는 말이 유행이다. 20~30대가 왜 이렇게 ‘빚내서 투자’를 하게 되었을까?

청년 세대의 빚투, 그 이면에 있는 '부의 양극화'
최근 통계청과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20~30대 청년층의 가계부채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특히 이 연령대의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비중이 높아졌고, 이 자금은 대부분 주식, 부동산, 가상자산(코인) 투자로 흘러들어 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단순히 ‘빚투’라고 비난하기엔 이면의 현실이 복잡합니다. 그 중심에는 바로 ‘부의 양극화’가 있습니다. 경제가 성장해도, 자산의 대부분을 가진 고소득층만 더 부유해지는 현상. 노동 소득으로는 더 이상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팽배해진 시대입니다.
자산 격차가 만든 투자 심리 – “나도 뭔가 해야 해”
청년 세대는 지금, '기회의 불균형'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고물가와 고금리 속에 안정적인 자산 축적이 어렵고, 월급은 오르지 않지만 집값은 몇 배씩 뛰는 현실 속에서 ‘투자’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전략이 되었습니다.
“지금이라도 빚내서 뭐라도 해보자”
“일해선 절대 따라잡을 수 없다”
“기회는 오지 않는다. 만들 뿐이다”
이런 심리는 20~30대 사이에서 ‘빚투’라는 투자 방식으로 이어졌습니다. 소득보다 자산이 불평등해졌기 때문에, 소득을 아무리 모아도 ‘자산 사다리’에 올라설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한 것이죠.
사회적·경제적 영향 – 누적되는 리스크
금융 리스크
최근 20~30대 청년층의 부채 규모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신용대출, 카드론, 마이너스 통장까지 활용하면서 ‘부채를 끌어다 투자하는’ 구조가 일상화되고 있죠.
문제는 금리가 오르거나 경기 침체가 올 경우, 이자 상환이 감당 불가능해지는 상황입니다.
예를 들어, 1억 원을 연 3% 금리로 빌렸던 청년이 금리가 6%로 상승하면, 연간 이자만 600만 원, 월 50만 원입니다. 월급에서 고정비가 빠지고 나면 남는 건 거의 없습니다.
주거 불안정
“지금 아니면 영영 못 산다”는 두려움은 청년들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투자)**로 내몰았습니다. 전세대출 + 신용대출 + 부모 찬스까지 총동원해 아파트를 사는 20~30대가 크게 늘었죠.
문제는 금리 인상이나 경기 침체 시,집값이 하락하면 자산이 줄고, 대출 이자는 올라가고, 전세 보증금 반환 문제까지 겹치면 이중 삼중의 압박을 받게 됩니다.
특히 소득이 불안정한 청년층은 월세나 반전세로 밀려나며, 주거 사다리에서 더 멀어지는 현실을 맞닥뜨리게 됩니다. 결국 '내 집 마련'은커녕, 살 곳조차 불안정한 청년층이 늘어나는 셈이죠.
심리적 불안
청년들이 투자에 실패할 경우, 단순한 금전적 손실을 넘어 정서적 충격이 큽니다.
1. 동기 상실: 큰 손실을 본 이후 ‘나는 뭘 해도 안 된다’는 무기력감에 빠질 수 있고,
2. 사회적 고립: 친구들이 집을 사고 결혼을 준비하는 SNS 속 모습과 자신을 비교하며 상대적 박탈감을 겪게 됩니다.
3. 자책과 불신: 자신을 탓하거나, 사회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잃는 경우도 많습니다.
결국 이런 심리적 불안은 취업, 결혼, 출산 같은 사회 참여 활동을 꺼리게 만들고, 이는 인구 감소, 소비 위축, 세대 간 갈등으로 연결될 수 있는 심각한 구조적 문제로 이어집니다.
투자보다 ‘기회의 공정’이 우선입니다
청년들이 빚을 내서라도 투자에 뛰어드는 현상은 단순한 개인의 ‘욕심’이 아니라 구조적 ‘불안’과 ‘절박함’의 반영입니다. 자산 양극화가 고착화된 사회에서, 노력만으로는 미래를 바꿀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진 지금, 중요한 건 ‘공정한 기회의 회복’입니다.
정부는 청년 자산 형성 정책을 강화하고, 노동 소득의 실질 가치를 회복시킬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또한, 금융 교육을 통해 무리한 투자가 아닌, 합리적인 경제 활동이 가능하도록 돕는 것이 필요합니다.
청년들은 ‘도전’을 원하지만, 그 도전이 ‘절망’으로 끝나지 않도록 사회 전체의 고민이 함께 가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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