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버지와 시장에 다녀오는 길,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사려던 나는 지갑을 꺼내다 말고 멈칫했습니다.
"현금 안 받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내 눈에 띄었기 때문입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동전 몇 개, 지폐 몇 장은 외출 시 당연히 챙기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결제가 가능해졌습니다. 그런데 이 변화는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준비하고 있는 CBDC(중앙은행 디지털 화폐)는 현금 없는 사회를 훨씬 더 빠르게 앞당길 수 있는 촉매제입니다.

CBDC란 무엇인가요?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형태의 법정화폐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현금처럼 국가가 보증하는 화폐지만, 실물 지폐가 아니라 디지털화된 전자 화폐라는 점이 다릅니다.
쉽게 말해, 기존에는 한국은행이 지폐를 찍어내 은행을 통해 유통시켰다면, 이제는 그걸 디지털로 직접 발행해서 앱이나 전자지갑으로 바로 보낼 수 있는 겁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의 진보가 아니라, 금융 시스템 전체의 지형을 바꾸는 변화입니다.
현금 없는 사회가 온다면?
CBDC가 상용화되면, 개인이 지갑 대신 스마트폰 하나만으로 모든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버스비, 커피값, 세금 납부, 심지어 복지금 수령까지도 버튼 몇 번이면 끝나는 세상.
이런 변화는 기업 입장에서도 유리합니다. 현금을 관리하는 인건비나 위조지폐 걱정 없이 투명하고 안전한 거래가 가능해지죠. 국가 입장에서도 지하경제 축소, 세금 누락 방지, 범죄 자금 추적 등 많은 장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변화는 그림자가 있습니다
CBDC가 도입되면 현금 사용이 사라지면서 생기는 소외계층 문제가 있습니다. 노년층, 디지털 취약계층, 개인정보 보호를 우려하는 사람들에겐 디지털 화폐가 불편할 수밖에 없죠.
또한 모든 거래 기록이 남기 때문에, 정부나 중앙은행이 개인의 소비 내역을 통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합니다. 따라서, 기술 도입과 함께 개인정보 보호와 사용 선택권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수입니다.
나의 경험 – QR코드도 어려워하던 아버지
아버지는 아직도 QR코드로 주문하는 걸 어려워하십니다. 몇 번 알려드려도 “이거 없으면 밥도 못 사 먹겠네…”라며 불편해하셨습니다.
이걸 보면서 CBDC 도입은 단순히 "화폐의 디지털화"가 아니라 사람들의 삶과 습관 전체를 바꾸는 일이라는 걸 다시금 실감했습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사람을 배려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걸 느꼈습니다.
미래는 이미 다가왔다, 준비된 자만이 누린다
CBDC는 단순한 새로운 결제 수단이 아닙니다. 현금 없는 사회로 가는 디딤돌이자, 국가 경제 시스템을 디지털 중심으로 재편할 핵심 열쇠입니다.
하지만 기술의 이면에는 항상 그림자가 따릅니다. 디지털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 개인정보 보호, 선택권 보장 등 제도적 장치 마련 없이는 모두를 위한 변화가 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미 미래의 문턱에 서 있습니다. 그 문을 열고 들어설 준비, 당신은 되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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